TL;DR — 혼자 AI 에이전트 여러 대랑 사업을 굴립니다. 자동화 계정 하나에 클라우드 '편집자(editor)' 권한을 줬어요. 편하니까요. 어느 날 권한 사용 내역을 실측해보니, 11,665개 권한 중 90일간 실제로 쓴 건 1개였습니다. 그걸 걷어내는 과정에서 배운 게 많아서 적어요. 결론만 먼저: 편의로 준 권한은 빚이고, 실측은 추측을 이기고, 줄이는 데도 올바른 순서가 있더라고요.
저는 사진 일을 20년 하다가, 지금은 AI 에이전트들이랑 작은 회사를 굴리고 있어요. 에이전트가 코드를 짜고, 보고서를 만들고, 매일 아침 지표를 읽어줍니다. 그러려면 뭐가 필요하냐면 — 권한이에요. 클라우드에 접속할 열쇠요.
그리고 여기서 누구나 하는 실수를 저도 했습니다.
1. '편집자' 권한은 "나중에 생각하기"의 다른 이름이었어요
처음 자동화를 붙일 때를 떠올려보면, 마음이 급해요. 일단 돌아가는 걸 봐야 하잖아요. 그런데 권한을 딱 맞게 주려면 뭐가 필요한지 일일이 알아야 하고, 모자라면 에러가 나서 또 멈추고. 그래서 다들 이렇게 하죠.
"일단 편집자 주자. 되면 나중에 줄이지 뭐."
클라우드의 '편집자' 역할이 뭐냐면, 거의 모든 걸 할 수 있는 만능 열쇠예요. 정확히 세보니 권한 11,665개짜리 묶음이더라고요. 저는 그걸 매일 아침 보고서를 만드는 자동화 계정에 줬습니다. 그 계정이 실제로 하는 일은 방문자 통계를 읽는 것뿐인데요.
문제는, "나중에 줄이지"의 나중이 영원히 안 온다는 거예요. 잘 돌아가는 걸 건드릴 이유가 없거든요. 그렇게 1년이 갔습니다.
2. 실측이 추측을 이겼어요
전환점은 보안 점검이었어요. 에이전트들한테 시스템 전체 감사를 시켰더니, 이 계정이 최상위 항목으로 올라왔습니다. "만능 열쇠를 가진 계정이 있다."
그때 제일 도움이 된 건 토론이 아니라 데이터였어요. 클라우드에는 권한 사용 내역을 실측해주는 기능이 있더라고요(GCP는 IAM Recommender라고 불러요). 열어보니 숫자가 이랬습니다.
- 부여된 권한: 11,665개
- 최근 90일간 실제 사용: 1개
여기서 멈칫했어요. 머릿속 추측("뭔가 많이 쓰고 있겠지, 괜히 줄였다 장애 나면 어떡해")과 실측("1개 썼는데?")의 간극이 너무 컸거든요. 사람의 감은 권한을 과대평가하는 쪽으로 기울어요. 장애가 무서우니까요. 그런데 데이터는 차갑게 말하죠. 너 그거 안 써.
3. 무서운 건 줄이는 게 아니라, 모르고 줄이는 거였어요
그래도 바로 자르진 못했어요. "혹시 이 열쇠를 다른 데서도 쓰고 있으면?" — 이게 진짜 공포거든요. 그래서 자르기 전에 에이전트한테 이 계정을 쓰는 곳 전수조사를 시켰습니다.
나온 결과가 재밌었어요. 쓰는 곳이 네 군데였는데 — 통계 읽기, 조회용 접속, 이름만 걸려있고 권한과 무관한 연결 1건, 그리고 이미지 생성 작업. 전부 읽기이거나, 별도의 좁은 권한으로 이미 커버되는 일이었어요. 결정적으로, 실제 서비스가 돌아가는 서버는 아예 다른 계정으로 뛰고 있었습니다. 즉 이 만능 열쇠를 걷어내도 라이브 서비스에는 영향이 0이라는 게 증명된 거예요.
이 순간 결정이 쉬워졌어요. 공포의 정체는 "줄이면 큰일 난다"가 아니라 "뭐에 쓰는지 모른다" 였던 거죠. 전수조사가 끝나니 무서울 게 없었습니다.
4. 줄이는 순서에도 공학이 있더라고요
실제 작업은 이 순서로 했어요. 나중에 보니 이 순서 자체가 교훈이었습니다.
- 소비처 전수조사 — 이 열쇠를 누가 쓰는지 전부 찾는다. (위에서 한 것)
- 실측 근거 확보 — 사용 내역 데이터로 "안 쓴다"를 증명한다.
- 권한 축소 — 만능 열쇠를 회수하고, 실제 쓰는 좁은 권한만 남긴다.
- 스모크 테스트 — 자동화가 여전히 도는지 즉시 확인한다.
- 그 다음에야 옛 열쇠 폐기 — 테스트가 통과하기 전엔 롤백 경로를 남겨둔다.
포인트는 5번이에요. 옛 열쇠를 먼저 지우고 싶은 충동이 들거든요. 찜찜하니까. 그런데 순서를 바꾸면 테스트가 실패했을 때 돌아갈 길이 없어요. 비가역 작업은 항상 검증 뒤에. 이건 권한이 아니라 어떤 운영 작업에도 통하는 원칙 같아요.
하나 더 배운 것 — 클라우드 열쇠는 한 번 발급받으면 다시 다운로드가 안 돼요. 원본 파일을 지웠으면 그 열쇠는 사실상 끝난 거예요. 새로 발급받고, 금고(시크릿 매니저)에 넣고, 어디에 등록했는지 장부를 남기는 것까지가 한 세트더라고요.
5. AI 에이전트 시대엔 이게 더 절실해져요
이 얘기를 굳이 적는 이유가 있어요. 에이전트랑 일하다 보면 권한 = 에이전트의 행동반경이거든요.
사람 직원이면 만능 열쇠를 줘도 상식이 브레이크가 돼요. 그런데 에이전트는 시키면 정말로 합니다. 실수로 "다 지워"가 전달되면 다 지워요. 그래서 에이전트의 안전장치는 설교("조심해")가 아니라 구조(애초에 열쇠가 없음) 여야 해요. 읽기만 하면 되는 에이전트에겐 읽기 열쇠만. 이건 에이전트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사고의 최대 반경을 설계하는 일이에요.
재밌는 건, 권한을 줄이고 나니 오히려 에이전트한테 일을 더 맡기게 됐다는 거예요. "얘가 뭘 할 수 있는지"가 명확해지니까 불안이 줄었거든요. 최소권한은 신뢰의 반대말이 아니라, 신뢰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었습니다.
6. 솔직한 고백
저희도 아직 멀었어요. 이번에 정리한 건 계정 하나고, 장부를 만들면서 보니 "이거 왜 있지?" 싶은 열쇠가 더 있습니다. 하나씩 같은 순서로 — 전수조사, 실측, 축소, 검증, 폐기 — 걷어내는 중이에요.
그래도 시작점은 분명해졌어요. 부여는 클릭 한 번인데, 회수는 감사 한 번이 필요하다. 이 비대칭을 알았으니, 다음부턴 줄 때 한 번 더 생각하겠죠.
여러분 회사의 자동화 계정은 어때요? 권한 사용 내역, 한 번 열어보세요. 11,665 대 1 — 저는 이 숫자를 보고 나서야 움직였습니다. 여러분의 숫자도 궁금하네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글쓴이는 사진 일을 거쳐 지금은 AI 도구로 작은 사업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