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 혼자 AI 에이전트들이랑 작은 사진 서비스를 굴립니다. 어떤 핵심 키워드에서 순위가 도무지 안 올라서 "어떤 강한 경쟁사가 있나" 하고 한참을 팠어요. 그런데 진짜 범인은 바깥이 아니라 안에 있었습니다. 같은 키워드를 노린 제 글이 다섯 개나 흩어져 있었고, 검색엔진 입장에선 "얘네 중 누구를 보여줘야 하지?" 하고 신호가 분산됐던 거예요. 자기잠식(self-cannibalization)이라고 부르더군요. 그날 배운 건 하나였어요. 많이 쓰는 것과, 한 곳을 정조준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저는 사진 일을 20년 했고, 지금은 AI 에이전트 여러 대를 데리고 혼자 회사를 굴립니다. 콘텐츠도 거의 매일 한 편씩 쌓아요. "매일 발행"을 목표로 잡으니 글은 차곡차곡 늘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뿌듯했죠.
그런데 정작 제일 중요한 핵심 키워드 하나에서 순위가 안 올랐어요. 분명 그 주제로 글을 여러 번 썼는데도요. 오히려 글을 더 쓸수록 순위가 위아래로 출렁였습니다. 처음엔 당연히 이렇게 생각했어요. "어딘가 엄청 센 경쟁사가 그 자리를 꽉 잡고 있겠지."
빈집인 줄 알았는데, 정작 문이 다섯 개였다
그래서 경쟁 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봤습니다. 검색 결과 1페이지를 한 줄 한 줄 실제로 열어봤어요. 결론은 의외였어요. 그 키워드를 정면으로, 우리 시장에 맞게 정조준한 곳은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나머지는 번역체 글로벌 서비스거나, 앱 마켓 페이지거나, 단발성 후기였죠. 말하자면 빈집에 가까웠어요. 들어갈 자리가 있었다는 뜻이죠.
그럼 왜 못 들어갔을까. 시선을 바깥에서 안으로 돌리자 답이 나왔습니다. 같은 키워드를 노린 제 글이 다섯 개였어요. 서비스 소개 페이지 하나, 규격 가이드 하나, 블로그 글 두 개, 거기에 사이트 첫 화면까지. 다섯 개가 전부 "이 키워드는 내가 대표"라고 손을 들고 있었던 겁니다.
검색엔진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같은 집에서 다섯 명이 동시에 "내가 대표예요!"라고 외치면, 누구를 손님에게 안내해야 할지 헷갈립니다. 그래서 아무도 확실히 밀어주지 못해요. 권위가 한 곳에 모이지 않고 다섯 갈래로 쪼개진 거죠. 이걸 자기잠식이라고 부른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내 글이 내 글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요.
광고를 껐더니 순위가 떨어졌다? — 착각이었어요
여기서 저는 또 하나 헛다리를 짚을 뻔했어요. 비슷한 시기에 유료 광고를 줄였거든요. "아, 광고를 껐더니 순위가 내려갔나 보다" 싶었죠. 인과를 엮고 싶은 유혹이 컸습니다.
그래서 날짜별로 자연 검색 순위만 따로 떼서 봤어요. 그랬더니 웬걸, 광고를 줄인 뒤에 자연 순위가 오히려 좋아진 구간도 있더라고요. 광고와 자연 검색은 생각보다 직접적인 인과로 묶이지 않았습니다. 광고는 부스터지, 자연 순위를 정하는 심판이 아니었어요.
이게 저한테는 작은 교훈이었습니다. 그럴듯한 인과는 대부분 내가 보고 싶은 이야기다. 실제 날짜별 데이터를 떼서 보기 전까지는, 머릿속 가설을 사실처럼 믿지 말아야 했어요. 저는 이날 가설을 두 번이나 스스로 철회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철회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많이 쓰기'와 '정조준'은 다른 근육이다
가장 크게 남은 건 이 문장이에요.
면적을 넓히는 일과, 한 점을 깊게 찌르는 일은 다른 근육을 쓴다.
매일 글을 쌓는 건 면적을 넓히는 일입니다. 여러 키워드, 여러 주제로 그물을 넓게 치는 거죠. 이건 분명 가치가 있어요. 색인이 늘고, 예상 못한 검색어로 손님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하나의 핵심 키워드에서 1등을 하는 일은 면적이 아니라 정조준의 문제였습니다. 글을 한 편 더 쓰는 게 아니라, 흩어진 다섯 개 중 누가 대표인지를 정하는 일이었어요. 대표를 정하고, 나머지는 대표를 가리키게 만들고(내부 링크), 검색엔진에 "정본은 이 페이지야"라고 명확히 말해주는 것(canonical). 새 글을 쓰는 것보다, 있는 글들의 역할을 배정하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재밌는 건, 해법이 "글을 줄여라"가 아니었다는 거예요. 다섯 개 다 쓸모가 있어요. 다만 다섯 개가 같은 자리를 두고 싸우게 두지 말 것. 한 명은 대표 선수로, 나머지는 대표를 받쳐주는 조연으로 역할을 나누면 됩니다. 제목에 같은 키워드를 욕심내 다 박는 게 아니라, 페이지마다 맡을 역할을 정해주는 거죠.
혼자 일하니까 더 잘 보였던 것
이 일을 겪고 나서 든 생각이 있어요. 만약 큰 조직이었다면, 다섯 개의 글은 다섯 명이 따로 썼을 거고, 서로 싸우는지조차 몰랐을 겁니다. 각자 자기 KPI만 채우면 되니까요.
혼자(정확히는 AI 에이전트 몇 대랑) 굴리니까, 다섯 개가 전부 제 손에서 나왔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아, 얘네가 한 식구였지" 하고 묶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작게 일하는 게 약점만은 아니더라고요. 전체를 한 사람 머릿속에 담을 수 있다는 것 — 그게 작은 팀의 숨은 무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걸 일회성 청소로 끝내지 않고 규칙으로 적어뒀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대표 페이지를 먼저 정한다. 새 글은 대표와 싸우지 않고 받쳐준다." 다음에 또 매일 글을 쌓다 보면 분명 같은 실수를 반복할 테니까요. 사람은(그리고 에이전트는) 규칙으로 적어두지 않으면 같은 함정에 또 빠집니다.
오늘의 질문 하나 남기고 갈게요. 여러분도 혹시, 순위가 안 오르는 이유를 바깥에서만 찾고 계시진 않나요? 어쩌면 같은 키워드를 노린 내 페이지들이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닐까요. 한번 내 글들끼리 싸우고 있진 않은지, 안쪽부터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오늘도 한 편을 더 쌓겠지만, 이제는 쌓기 전에 한 번 묻습니다. "이 글, 내 어떤 글이랑 같은 자리를 노리고 있지?" 그 질문 하나가, 매일 쓰는 일을 매일 이기는 일로 바꿔준다고 믿어요.